배 신품종으로 소비자를 찾아가자!
배 신품종으로 소비자를 찾아가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7.02.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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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배 재배면적은 2000년 26,206ha를 정점으로 2015년 12,700ha까지 감소하였다. 이와 같은 재배면적의 감소는 재배농가 고령화, 도시개발, 소비환경 변화로 인한 수익성 하락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추석이나 설 명절에 차례상에 올리는 과실 중 하나인 배는 귀한 선물로 대접받았기에 생산 및 출하가 명절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농산물은 당년에 생산된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해에 따라서는 추석 무렵 미숙한 농산물들이 시장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특히, 배는 9월 하순에서 10월 상순에 수확되는 ‘신고’를 집중 재배하면서 이른 추석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배 산업은 더욱 어려워 졌다.

예전에는 인지도가 높은 특정 상품을 ‘명품‘이라고 일컬으며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지금 소비자들은 똑같은 비용을 들일 경우, 이왕이면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원하고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상품은 재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상품 하나를 구매하는데도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많은 정보를 비교하고 최적의 상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내부 품질이 따라주지 않는 상품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요즘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배들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의 줄임말)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 주었는가? 특히, 2016년처럼 추석이 빠를 경우, 달고 시원한 배 맛을 기대하며 배를 찾던 소비자들은 의문을 갖는다. “왜 배가 맛이 없지?”

▲왜, 배가 맛이 없을까?
모든 농산물은 일정한 생육기를 거친 후에야 수확이 가능하며, 다양한 품종과 재배적 기술을 투입하여 수확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최근에 배는 하나의 품종만을 중심으로 ‘눈으로 먹는 배’를 생산하는데 치중하는 산업 구조적 불균형으로 인해 맛을 잃어가고 있다. 배 전체 생산량의 64%가 선물용, 제수용으로 유통되다 보니 배 생산 현장에서는 조기출하를 위한 GA(생장조정제) 사용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생산한 배는 저장성이 약해져 쉽게 물러지는 등 품질 저하의 원인이 되어 소비자 불신을 초래하였고, 내부적으로 미성숙된 배가 시장에 유통되면서 아삭하고 달콤한 과즙을 가진 배 고유의 맛을 살리지 못한 결과이다.

▲배 GA 처리 단계적으로 억제 ’22년까지 사용 근절 정책 추진
농림축산식품부는 도매시장, 대형유통업체 등과 협력하여 GA를 사용한 배의 유통을 단계적으로 억제해 나갈 계획이다. 농협, APC 등에서 10월부터는 GA를 사용한 ‘신고’를 취급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생산자 단체들의 자율적 유통협약 체결 등을 통해 신품종 배 재배단지를 조성하여 안정적인 유통 채널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방향의 지원책을 준비 중에 있다.

▲달콤하고 시원한 맛을 간직한 다양한 신품종 배로 소비자를 매료시키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에서는 지금까지 품질 개선 및 배의 연중공급을 목표로 ‘원황’, ‘신화’, ‘만풍배’ 등 수확기가 각기 다른 36개 품종을 만들었다. 이들 품종을 활용하여 한 과원 내에 조생종 20~30%, 중생종 50~60%, 만생종 10% 정도의 비율로 숙기가 다양한 품종들이 재배되면 인위적인 처리를 통해 숙기를 조절할 필요가 없다.
또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칼 없이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껍질째 먹는 배 ‘조이스킨’, 검은별무늬병에 강하여 병해 방제 노력을 절감하고 환경 친화적으로 생산 할 수 있는 ‘그린시스’, 뛰어난 식미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슈퍼골드’ 까지 ‘신고’보다 1~3°Bx가량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신품종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과실이 클수록 당도가 높을 것이라는 배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서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맛있는 배를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특성을 가진 품종들의 활용방법에 관심을 기울이자. 명절 중심의 제수, 선물용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사랑받는 배로 거듭날 때 배 산업의 재도약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고, 보험을 들 듯 배를 재배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의 방편으로 새로운 품종을 심어 재배적 특성을 함께 검토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김윤경<농진청 원예원 배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