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권해연<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기고 / 권해연<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6.09.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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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관심 필요
강인한 나무로 인식 재배관리 무관심

 
산림청은 매년 무궁화가 한창인 광복절 무렵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금년으로 제26회를 맞은 무궁화 전국축제 중앙행사는 지난 8월 5일 수원 화성행궁에서 시작되어 8월 15일 세종특별자치시 호수공원 일대에서 마무리 되었으며, 전국 각지에서 소중히 가꾸어진 무궁화 꽃들이 한데 모여 많은 국민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벚꽃축제는 알아도 무궁화축제는 잘 모르고, 무궁화는 실생활에서 보기 힘든 꽃이라 여기는 분들이 월등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나라꽃이지만 별로 예쁘지도 않고 진딧물이 들끓어 가꾸기 힘들다고 쉽게 비하하면서도, 때로는 어떤 환경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나무라 추켜세우며 생육에 전혀 적합하지 않는 장소에 심고 방치하기도 한다. 

무궁화는 분명 생명력이 강한 나무이지만,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것과 건강하게 자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사랑받고 그 아름다움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곳에 심고 본래 특성에 맞게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궁화(Hibiscus syriacus L.)는 높이 3~6m까지 자라는 낙엽활엽소교목(落葉闊葉小喬木)이다. 속명인 Hibiscus는 이집트 여신의 이름에서 따왔고 종명인 syriacus는 시리아 원산이라는 뜻이지만, 실제 원산지는 인도 북부에서 중국과 우리나라에 이르는 동아시아 지역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기록에 의하면 우리 민족은 무궁화와 고조선 이전부터의 역사적 인연을 가지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는 “군자의 나라에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더라”는 구절이 있으며, 최치원은 당나라에 보내는 국서에서 신라를 ‘근화향(槿花鄕)’이라 칭하였다고 한다.  즉 무궁화는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다양한 환경 조건에 적응하며 살아온 꽃이라 하

▲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한 국민선호도 1위 ‘칠보’ 품종
겠다.

그러나 국내 자생하는 수많은 꽃 중 특별히 무궁화가 나라꽃이 된 이유는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 때 다수의 애국지사들이 이 꽃을 우리 민족과 독립정신의 상징으로 내세웠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일제는 무궁화를 보이는 대로 없애고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는 등 악의적 소문을 퍼뜨려, 지금도 ‘무궁화는 꽃이 작고 예쁘지 않다’, ‘병충해가 많아 지저분하다’는 편견을 흔히 접하게 된다.

가로수·실내재배 품종개발 친근감 높여야
국가상징 표준형 정립 국가브랜드로 확대

실상 무궁화는 꽃이 드문 여름철 오랫동안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세계 50여 개국에서 재배되는 인기 있는 관상수로, 국내외에서 총 300여 품종이 개발되어 있다. 이들은 꽃잎 수에 따라 홑꽃 또는 겹꽃으로, 색깔에 따라 배달계·단심(丹心)계·아사달계 등으로 구분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상징은 꽃잎이 5장인 홑꽃으로 흰색이나 연분홍색 꽃잎에 중심부에는 붉은 무늬가 있는 백단심계 또는 홍단심계 무궁화이다.

무궁화는 햇빛을 매우 좋아하는 양수(陽樹)이므로 키 큰 가로수 아래나 정원 구석 등 그늘진 곳에 심으면 가지가 웃자라고 좋은 꽃을 보기 어렵다. 또 다 자란 나무는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약 100일에 걸쳐 개화하며, 주로 봄에 새로 나온 가지에 꽃이 달리므로 우선 새 가지가 많이 나오고 나무 전체 생육이 양호해야 개화도 잘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2014년 육성한 가로수형 신품종 ‘해오름’ 수형
즉 크고 맛좋은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매년 시비와 전정 등 집약적으로 관리하는 과일나무처럼, 무궁화도 매년 아름답고 건전한 꽃을 보려면 충분한 양분공급과 적절한 수형관리가 필요하다. 늦가을 낙엽이 진 후나 이른 봄 잎이 나기 전 유기질 비료를 충분히 주며, 수관부에 말라죽거나 생육이 나쁜 가지를 제거하고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도록 다듬어야 한다.

반면 너무 강하게 전정하면 기존 굵은 가지에 새 가지가 가늘게 돋아나 수형이 빗자루처럼 변하고 좋은 꽃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일반 가로수처럼 마구 자르면 안된다. 흔히 밀식하여 쥐똥나무처럼 산울타리로 조성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 매년 동일한 높이에서 잘라내야 당초 모양이 유지되므로 결국 수형이 망가지고 꽃이 잘 피지 못하기 십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무궁화의 진딧물 피해는 생육 조건이 좋을 경우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딧물이 발생해도 그 피해는 대개 경미하여 한두 번의 저독성 약제 살포로 충분히 방제할 수 있으며 그나마 6월 초에는 모두 주변 다른 기주 식물로 옮겨가니, 꽃꽂이용으로 출하되기까지 10여 차례나 진딧물 약을 살포해야 하는 장미나 국화에 비할 바 아니다.

최근 무궁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산림청은 2008년 수립된 ‘시장친화적인 무궁화 확산 종합계획’을 통해 무궁화 전국축제 개최 및 명소 조성, 관련 문화사업을 지속해왔다. 또한 제20대 국회에서도 몇몇 국회의원들이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법제화할 것을 발의하여 관련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루어짐으로서 무궁화 확대 보급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무궁화가 더욱 사랑받는 나라꽃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가로수 또는 실내 재배 등 용도에 맞고 기르기 쉬운 품종과 친환경적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널리 보급하여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무궁화를 보다 가까이 접하고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또한 국가상징으로 표준형을 정립하고 어디서나 인정받는 국가브랜드로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무궁화 연구팀은 지난 2011년 이래 가로수형 무궁화 ‘근형’, ‘해오름’ 등 신품종 5종을 개발하여 품종보호를 출원했으며, 국내 얼마 남지 않은 무궁화 유전자원을 탐색·수집하고 해외자원과 비교분석함으로서 무궁화의 기원과 유래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루 빨리 우리 무궁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이 제대로 평가되고, 나라꽃으로 위상을 재정립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