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외모지상주의
과일 외모지상주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6.09.12 1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곡이 무르익고 온갖 과실이 풍성한 추석이다. 농촌에서는 뜨거운 햇볕 속에서 구슬땀 흘려가며 정성들여 가꾼 농산물의 수확을 거두는,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이기도 하다.

올해는 일조량이 풍부해 과일의 당도가 높고 과육도 좋으나 농업인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름 아닌 외형적 문제 때문이다. 연일 내리쬔 강한 자외선으로 과실의 표면이 데인 것 같은 일소피해가 발생됐는가 하면 색택이 선명치 못해 농산물이 시장에서 외면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 세계적으로 26%의 과일, 채소가 외관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진열대에 오르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외모가 성공의 기준이 되고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가 농산물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과모지상주의’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먹기 좋은 떡이 보기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지면 내실을 가꾸기보다 겉모습을 꾸미는데 치중하기 마련이다. 좋은 외관을 위한 욕심은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대사용을 유발하고 환경오염과 농약중독을 동반할 우려가 있다.

과수 전문가 엘라이자 그린먼에 따르면 못생기거나 흠집 있는 과일의 당도가 정상과에 비해 약 2~5% 더 높다고 한다. 메타 데이터 분석을 기초로 한 2014년 영국 영양학 학회에서는 못생긴 채소에 영양소와 산화방지제가 일반 채소보다 더 높을 뿐 아니라 살충제 잔해도 더 낮다고 밝혔다. 농산물에 남은 흠집은 생존경쟁의 부산물로서 못생긴 농산물은 더 치열하게 생존해야 하므로 플라보노이드와 페놀산 같은 산화방지제가 일반 농산물보다 20~40%나 더 높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바라볼 때 외관이 아니라 그가 지닌 가치를 봐야 한다. 따라서 못생긴 농산물에 대한 아름다움의 개념이 재정립 돼야 할 것이다.

/안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