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우리편인가
시장은 우리편인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5.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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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시장 개방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과원경영 해법은 없는가? 외국 과일수입에 대비하려면 우리는 어떤 유통체계를 준비해야 하는가?한국과수농협연합회와 원예산업신문은 검역을 통해 차단하고 있는 과일시장의 개방에 대비, 생산과 유통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처방을 찾아보기로 했다. 또 한국과수농협연합회가 고유 브랜드 썬플러스를 ‘한국 대표과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미래 과수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하기로 했다.짧으면 5년, 길면 10년. 국내 과일시장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산 과일이 들어올 날짜가 오늘도 하루 단축됐다. 우리시장을 넘보는 외국과일은 중국산뿐만이 아니다.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칠레산을 비롯 일본산과 미국산도 경쟁상대이다. 이들 외국산 과일, 특히 사과와 배가 본격 수입될 경우 국산과일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으며 과수산업 붕괴를 불러올 것이다. 미국산 수입오렌지가 이미 우리 과일시장에서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점이 이같은 추측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WTO와 DDA협상이 진행되면서 과수산업은 ‘생사의 갈림길’을 맞고 있다. 새로운 국제무역 질서에 따라 정부의 농업지원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가?최근 불거진 중국산 수입김치 문제를 보면 소비자를 반드시 ‘우리편’으로 볼 수는 없다. 지난 96년 14톤에 불과했던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지난해 7만2,605톤으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선 8월말까지 지난해 수입량에 가까운 7만톤을 넘어섰다. 최종 소비단계에서 원산지 표시가 안되고 있으며 맛을 봐도 국산과 구분이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수입량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가격 경쟁력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후 중국산은 ‘납김치’ 또는 ‘기생충김치’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산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산의 김치공장들이 위생상태를 개선한다면 수입량 폭증은 재연될 소지가 충분하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의미 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외국산 사과와 배를 구매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소비자 55.1%가 ‘가격이 저렴하거나 품질이 우수하면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외국산은 구매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50.3%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아직 시장에서 외국산 사과와 배가 판매되지 않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할 때 믿을만한 대답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검역규제가 풀려 우리의 생과시장이 개방된다면 중국산은 가격경쟁력으로, 일본산은 품질 경쟁력으로 국산을 압도할 것이다. 미국산 역시 우리의 유일한 사과수출선인 대만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외국산 사과와 배 구매시 고려사항으로 응답자 65.8%는 안전성을 우선 꼽았다. 다음으로는 16.8%가 당도를, 10.7%가 신선도를 우선 고려 사항이라고 대답했다. 이중 신선도는 국산이 절대 우위이겠지만 안전성과 당도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다. 또 국산과일은 생산원가가 높아 비싸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이 갖고 있어 수입과일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한편 도매시장에서의 수입과일 비중을 살펴봐도 소비자의 국산선호를 장담하기 어렵다. 수도권 A공영도매시장(시장마다 수입과일 거래량 공개를 꺼려 이같이 표기)의 경우 지난 2000년 총 과일거래량 중 8.91%를 수입과일이 차지했다. 이후 수입과일 비중은 2002년 13.7%까지 높아진 뒤 2003년 9.33%로 감소했으나 2004년에는 다시 10.56%로 늘었다. 이 공영시장의 연간 수입과일 거래량은 2002년 이후 1만3,000톤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가락시장 이외에도 A공영도매시장과 같은 중형급 도매시장이 5곳에 이른다.거래액면에서 수도권 공영도매시장의 수입과일 비중은 대략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16%나 된다. 우리과수산업의 주품목인 사과와 배는 개방되지 않았는데도 수입과일이 이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완전개방시 공영도매시장이 수입과일의 국내시장 유입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석류는 국내에선 과일로 취급하지도 않고 있다. 지난 2000년(2000. 9~2001. 2) 120톤에 불과했던 석류 수입량은 지난해 5,821톤을 기록, 5년만에 48배나 늘었다. 수입된 석류는 감귤과 단감, 딸기 등 국내 겨울과일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수입쌀 불법유통 문제를 들여다보면 외국산 농산물이 우리시장에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중간유통 업자들은 수입쌀을 취급하기 위해 가공업체를 차린뒤 국산쌀과 섞어 재포장한 뒤 식당과 김밥집에 밥쌀용으로 둔갑판매했다. 사과나 배도 낱개에 원산지표시가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중국산 수입시 국산둔갑을 차단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이처럼 중간유통 단계인 시장은 수입농산물과 국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