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식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품질검사과장
황인식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품질검사과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5.05.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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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농산물 가격비교 ‘평년가격’개념 도입하자

 
단순가격 비교는 소비자 불만 요인

최근 언론에 ‘작년의 OO배, OOO % 폭등…’ 이라는 문구가 다시 재현되고 있다. 시설 봄배추 가격 얘기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해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의 데스크에서는 아직도 일부 신선농산물 가격을 전년 동기와 단순히 비교함으로써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작년가격이 높았는지, 낮았는지에 대해선 한 마디 언급도 없이 말이다.

잘 아시다시피 상품가격은 단순히 한두 가지의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특히 농산물의 경우 생산자가 작목을 선정한 이후에도 기상상황이나 재배면적은 물론 날씨(갠 날, 흐린 날)까지도 영향을 받으며 소비트랜드, 경기상황 등 여러 가지 영향을 받는 민감한 실정이다. 가격 또한 산지의 생산비 외에도 보관, 수송, 선별, 저장과정 중의 손실발생 등 공산품과 다른 특징이 있으며, 생산기간의 경우에도 한우처럼 3년 정도 걸리는 게 있는 반면 시설채소의 경우 1~2달 만에 생산부터 소비가 끝나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품목별로도 다양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사과가 비싸면 오렌지를 소비하는 등 대체 상품이 많은 특징이 있다.

이런 전반적 사정을 감안하여 단순히 전년 동기 대비 가격 비교와 이로 인한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평년가격’ 개념을 도입한지 오래 되었지만 널리 활용되지 않아 유감이다.

이런 위기감 조성은 생산의욕을 꺾게 되어 이듬해 가격폭등의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 언론의 경우 자극적 기사를 여전히 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5월 15일자 농식품부의 보도 자료를 봐도 채소가격이 평년수준을 회복하고 있으며 큰 폭의 수급 불균형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추의 경우 작형 전환으로 일시적 물량이 감소해 포기 당 2,800원 선으로 평년가격 2,380원 대비 17%정도 높은 수준이다.

‘평년가격’이란 최근 5년 중 최대, 최소를 뺀 3개년의 가격 평균을 산정하는 것으로 농산물의 가격비교에 사용하며 정책에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기사를 접한 정책당국은 할 수 없이 비축 분을 방출하고 수입 확대조치를 하게 되나 몇 년 전 금배추 사건으로 중국산 배추를 긴급 수입했지만 도착 시에는 가격도 내리게 되었고 저장성이 짧아 국내 도착된 후 폐기된 사례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3~5년에 한번 정도만 생산비 이상의 가격이 형성되는 실정이며, 이는 지난해 농가 평균 소득이 1.2% 증가에 그쳐 도시근로자 2.7%에 절반에도 미치지 않으며, 도농 소득격차도 2천만원 이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농사를 지을수록 소득이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소비자를 믿고 앞으로는 ‘평년가격’ 개념을 분석하여 보도하는 등 자극적인 보도 보다는 생산현장에서 안전 먹거리 생산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농업인을 선정, 소개하는데 지면을 할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