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색깔의 비밀과 장수(長壽)
과일 색깔의 비밀과 장수(長壽)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3.12.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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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감귤 과수원을 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보다 감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때라 때때로 점심을 감귤로 때운 적도 있었다. 새콤달콤한 감귤은 맛은 좋았지만 허기를 채우지는 못했다. 그 당시엔 과일의 당 성분이 밥 대신 영양을 대신하기엔 뭔가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먹거리 과잉시대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칼로리로 넘쳐난다. 21세기 인류를 위협할 가장 큰 적이 비만이라고 했던가, 그런 의미에서 과일도 칼로리를 공급해 주는 공급자의 자리를 내놓아야 할 처지가 됐다. 더 이상 식후에 과일을 먹는 것은 추천할 사항이 아니다. 간식으로 먹으면 모를까.
그런데 과일은 영양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노화, 암, 당뇨 등을 일으키는 ‘활성산소’의 피해(?)를 막아주는 항산화 물질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이는 과육이 아닌 무심코 버리는 과일껍질(果皮)에 대부분 존재한다. 포도의 껍질을 통째로 먹고, 사과의 껍질도 버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실로 색깔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과일에 포함되어 있는 대표적인 색소 중에 하나가 ‘안토시아닌’이다. 이는 수소 이온 농도에 따라 빨간색, 보라색, 파란색 등을 띤다. 안토시아닌은 아로니아, 블랙베리, 블루베리, 포도, 자색양파, 자색고구마, 검은콩 등에 많이 들어있다. 항산화 작용과 항당뇨 작용, 항암, 혈압을 낮추는 등 인간의 건강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특히 항산화물질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리고 두 번째가 색소 ‘카로티노이드’다. 다양한 과일에 존재하는 색소로 주로 주황색, 빨간색, 노란색, 오렌지색 등에 다량 함유돼 있으며 이 또한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 종류로 ‘베타카로틴’은 당근, 호박, 고구마 등의 노란색에, ‘라이코펜’은 수박, 토마토 등 붉은색에, ‘베타크립토잔틴’은 복숭아, 귤 등에 많이 포함돼 있다.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윤동혁 PD의 ‘색을 먹자’라는 책을 보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필 라비노위츠’라는 100세 노인이 2004년 7월 11일 케이프타운에서 100미터를 30초 86만에 달려 100세 이상 노인 100미터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그는 매일 6∽7㎞을 걷고 초록색 음식과 하루에 3개씩 사과를 먹는 것이 자신의 건강 비밀이라고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도 과피 뿐만 아니라 과육에도 색이 들어간, 기능성이 훨씬 강화된 과실 품종을 육성 중에 있다. 머지않아 속이 빨간 사과, 복숭아, 참다래, 그리고 과피색이 붉은 배 등이 개발되면 소비자들에게 영양뿐 아니라 항산화물질이 가득 담긴 과실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색깔에 관계되는 유전자를 기존 품종에 집어넣는 연구도 추진 중이어서 파란색 장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먹기 좋은 것보다 먹어야 하는 것을 먹을 때가 많다. 에디슨 이후 최고의 발명가로 손꼽히는 IQ 165의 레이 커즈와일 씨는 앞으로 10년 안에 심장질환과 암에 대한 연구가 거의 끝나고, 20년 안에 인류는 모든 질병을 극복할 것이라 예언했다. 그리고 2045년에는 인류가 불멸에 도달한다고 하면서 그는 하루에 코엔자임 등 150개의 알약을 먹는다고 한다.
그의 예언 중 80%나 적중했다고 하니 그냥 웃어넘길 일은 아니다. 우리도 이 정도의 알약은 먹지 않는다 해도 항산화 기능을 하는 물질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과일의 색깔을 먹어두자. 그리고 혹시 이 예언자의 말을 믿어 2045년까지 살아볼 일이다. 그 말이 맞는다면 불로장생의 삶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농진청 원예원  과수과 농업연구관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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