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추세에 따라 친환경적으로 재배하는 유기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짧은 기간 내에 생산할 수 있는 채소류의 경우 73%가 유기농 또는 무농약재배로 생산되고 있다. 반면, 다년생으로 야외조건에서 가꾸어지는 사과, 배, 복숭아 등의 경우 그 생산량은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과수류 중에서도 사과는 친환경 안전농산물 재배가 가장 까다로운 작물이다. 이는 생육기 동안 강수량이 많고 기온도 높아 병해충 발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부터 사과 유기재배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으나 성공적인 농가는 많지 않다. 2012년 현재 전국적으로 55 농가, 47.4ha에서 사과 유기농산물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과 유기농산물 재배에 실패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유기재배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조건을 갖추지 않은 채 시도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유기농산물 재배에 불리한 기상환경 조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첫째, 사과를 유기농산물 재배방식으로 생산하여 제 값을 받기 위해서는 유기농산물 인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3년간 화학비료와 유기합성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전환기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따라서 유기농산물 재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년간의 경험 축적으로 사과 재배에 필요한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가능하면 강우일수와 강수량이 적고 다습하지 않아 지리·지형적으로 유리한 곳에서 재배하여야 한다. ‘농사의 반은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듯이 생육기의 잦은 비는 병해충 발생과 바로 직결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비가 적게 오는 지역이 유리하다.
셋째, 병해충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을 선정하고, 과실을 짧은 기간 내에 수확할 수 있는 조·중생종 품종이 만생종보다 유리하다. 최근 수확 후 관리기술의 발전에 따라 조·중생종 사과라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 동안 신선한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기술체계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굳이 만생종을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넷째, 토양을 친환경적으로 건강하게 가꾸고, 나무의 내부까지 햇빛이 잘 들어오도록 나무꼴(수형)과 가지 유인·다듬기를 해주어야 한다. 즉, 토양의 지력(땅심)을 높이기 위해 녹비작물을 키웠다 베어 땅으로 돌려줌으로써 토양 유기물 함량을 높여야 한다. 유기재배 사과원은 일반 사과원보다 광 환경 개선이 더 필요하므로 겨울 및 여름 전정을 철저히 하여야 한다.
다섯째, 과원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아카시, 돌복숭아나무 등과 같은 병해충 발생원(原)을 먼저 제거하고 친환경 자재를 이용하여 병해충을 방제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사과 유기재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과 생육기간 동안 나무의 세력, 병해충 발생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관리 작업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유기농산물 재배는 환경을 살리고, 안전한 과실을 먹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지만 성공에 이르기까지는 실패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또한 우리나라는 미국 등 유기재배의 선도 국가와는 달리 기후(강수량 등), 토양 등과 같은 재배환경이 매우 불리하므로 사과 유기농산물재배를 계획하는 경우에는 앞서 설명한 선결조건을 철저하게 실천하면서 대책을 수립한 후에 시작하여야 소기의 목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농진청 원예원 사과시험장 농업연구사 송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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